처서의 뜻과 유래, 속담과 풍속까지

여름의 끝과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 처서는 매년 양력 8월 23일경, 음력 7월 15일 무렵에 찾아옵니다. 태양이 황경 150도에 도달하는 시점으로, 이름 그대로 ‘더위가 물러난다’는 뜻을 지닙니다.

유래를 살펴보면 농경사회에서 이 시기는 벼 이삭이 패는 시기로, 맑은 날씨와 강한 햇빛이 곡식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때였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처서의 정의, 유래, 천문학적 의미, 농사와 생태 변화, 속담, 풍속, 지역별 전승, 건강 관리까지 한 번에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처서의 정의와 시기

처서는 24절기 중 14번째 절기이며, 입추와 백로 사이에 위치합니다. 유래는 ‘더위가 그친다’는 뜻에서 비롯되었으며, 『고려사』 기록에는 처서의 15일을 초후·차후·말후로 나누어 계절 변화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첫 5일간은 매가 새를 잡고, 둘째 5일간은 가을 기운이 돌며, 마지막 5일간은 곡식이 익어간다고 합니다.


2. 천문학적 의미

천문학적으로 처서는 태양의 위치가 황경 150°에 도달하는 시점입니다. 절기상 입추(145°)와 백로(165°) 사이에 위치하며, 낮과 밤의 길이가 점점 비슷해지는 시기로 가는 과정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정의의 유래는 수천 년 전 농경민들이 해와 별의 움직임을 관찰하여 절기를 정한 데 있습니다.


3. 농사와 생태 변화

처서 이후에는 벼뿐 아니라 콩, 참깨, 고추 등 여름 작물의 수확 준비가 시작됩니다. 날씨가 맑으면 벼의 등숙률이 높아지고, 품질도 좋아집니다. 반면, 처서비가 내리면 곡식에 물이 들어 수확량이 줄어듭니다. 곤충의 변화도 뚜렷해져 모기와 파리가 줄고, 귀뚜라미와 메뚜기가 늘어납니다. 이런 변화의 유래는 계절 전환기의 자연 순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4. 민속·풍속

처서에는 논두렁 풀을 깎거나 벌초를 하는 풍속이 있습니다. 여름 장마에 젖은 옷과 책을 말리는 ‘포쇄’와 ‘음건’도 이 시기에 이루어졌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새 옷을 입는 ‘처서빔’ 풍습도 있었으며, 이는 병충해 예방과 새 계절 맞이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풍속의 유래는 여름을 마무리하고 가을을 준비하는 생활 방식에서 비롯되었습니다.


5. 처서와 날씨, 농사 속담

속담에는 “모기도 처서가 지나면 입이 삐뚤어진다”, “처서가 지나면 풀도 울며 돌아간다”가 있습니다. 이는 날씨 변화와 생태 변화를 관찰한 경험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또 “처서에 비가 오면 십리 천석을 감한다”라는 말은 이 시기의 비가 흉작을 부른다는 의미입니다.


6. 지역별 전승과 처서비

경남 통영에서는 ‘처서에 비가 오면 십리 천석,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 백석을 감한다’고 전합니다. 전북 부안과 청산에서는 ‘처서날 비가 오면 큰 애기들이 울고 간다’고 하는데, 이는 대추 농사의 피해와 혼수 장만의 어려움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전국적으로 처서 무렵 비를 꺼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7. 해외의 처서 문화

중국과 일본에서도 처서 절기가 존재합니다. 중국에서는 ‘처서교’ 제사를 지내고, 일본에서는 가을 작물 재배 준비를 시작합니다. 이러한 문화의 유래는 동아시아 공통의 농경문화에서 비롯되었습니다.


8. 건강과 생활 관리

한방에서는 처서를 ‘서늘함이 스며드는 시기’로 보아, 기력을 보충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음식(삼계탕, 장어, 잡곡밥 등)을 권장했습니다. 이는 계절 변화로 인한 몸의 불균형을 막기 위한 전통 지혜로, 건강 관리의 유래가 됩니다.


9. 속담 확장

  • “처서가 지나면 큰 물도 잔다” → 홍수가 줄어드는 시기

  • “처서 전에 비하면 큰비, 처서 후에 비하면 이슬비” → 비의 성격이 달라짐

  • “처서바람에 설늙은이 죽는다” → 급격한 기온 변화 주의

이 속담들은 모두 처서 시기의 자연 현상과 생활 경험에서 유래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처서는 단순한 절기가 아니라, 천문학·농사·생태·풍속·건강 관리가 모두 연결된 시기입니다. 그 유래와 전통을 알면, 지금 시대에도 계절의 변화를 더 깊이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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